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 마틴 브레스트
영화를 선택하는 세 가지 방법.
첫째, 감독을 보고 선택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의 예술이다. 따라서,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감독의 영화가 개봉될 때 마다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기대했던 감독이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의 실망감은 마치 믿었던 애인의 배신과도 같은 느낌을 갖게 해 줄 수도 있다.그렇다고 바로 이 감독과 헤어져버린다면 다시는 따뜻한 애인의 감성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둘째, 배우를 보고 선택한다. 대형화면에서 나만을 보고 웃고 우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는 좋아하는 배우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만사 모든 짐을 내려놀 것 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방법의 단점은 아무리 배우를 좋아한다 해도 영화 자체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치 첫인상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했다가 실수하게 되는 선입견의 오류 같은 것이다.
셋째, 느낌대로 선택한다. 사람의 생각이 매일 같을 수 없듯, 영화를 보고싶은 날의 느낌은 항상 다르다. 어떤 날은 달달한 연애의 감정을 느끼고 싶고, 어떤 날은 시리다 못해 가슴 아픈 사랑을 느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또, 어떤 날은 아무생각없이 화면에 그저 내 몸을 맡기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때론 보물을 건질 때도 있지만, 때론 영화표가 바로 휴지통으로 갈 위험도 있다는 점이 이 방법의 단점이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두번째 선택으로 시작되지만 마지막은 세번째로 끝나는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한 걸작이다. 메소드연기의 달인인 알 파치노는 어떤 배역을 맡던지 항상 기대치 이상을 만들어내며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때론, 어떤 영화는 한 장면만으로 기억될 때가 있는 데 바로 이 영화가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보고 나면 더 울림이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여인의 향기가 아니라 인생의 향기니까...
탱고는 스텝이 엉켜도 실수를 해도 인정되는 그런 춤이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John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