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과거보단 현재에, 현재보단 미래에 집착한다.
앞을 향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성은 묘해서 순기능에는 효과적으로 반응하고 작동하지만 역기능에는 고장과 불량을
반복한다. 이러한 인간이 과거에 스스로 집착할 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존감과 정체성을
잃어버렸을 때이다. 자존감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패와 같고 정체성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갑옷과 같다. 본인을 지키는 보호구가 해제되는 순간 인간은 잃어버린것을 찾기위해 과거로
역주행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차가운 도로위의 파편들 뿐이다.
블루 재스민은 자존감에 관한 영화이자 정체성에 관한 영화이다. 상위 1%안의 호화생활에서
하류생활로 떨어진 재스민(케이트 블란셋)은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그녀에게 돌아오는 건 차갑고 냉정한 현실인식과 칵테일처럼 섞여버린 약들 뿐이다.
그만의 냉소적 유머로 관객과 소통하는 우디 알렌은 자존감 강한 한 여성이 처한 현실을 통해
정체성마저 지키는 길은 결국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있음을 재치 있게 담아낸다.
특히, 재스민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셋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함으로써 영화의 묘미를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자존감과 정체성은 고속도로위의 자동차와 같아서 역주행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오로지, 직진해야만 원하는 곳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John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