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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김현청의 허허실실_009 자오반포(慈烏反哺)_부모님 전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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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눈까지 어두운 노인이 방안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다 신문을 읽던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범아, 저 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새 이름이 뭐냐”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예, 아버지! 까마귀입니다.’ 잠시 물끄러미 나뭇가지를 바라보던 노인은 다시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범아, 저 나무에 있는 검은 새 이름이 뭐냐” 창밖을 나뭇가지에 있는 새를 힐끗 쳐다보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그건 까마귀에요. 까마귀도 모르세요? 치매로 어린아이처럼 귀찮게 질문을 하는 늙으신 아버지에게 아들은 짐짓 짜증 섞인 소리로 대답 했습니다.
방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까마귀는 나뭇가지 이곳저곳을 날아 다녔습니다.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노인은 방금 전에 아들에게 했던 질문을 까맣게 잊고 또다시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범, 저기 날아와 놀고 있는 저 새는 무슨 새지” 아들은 이제 무슨 새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신문을 내려놓고 일어나 창문의 커튼을 닫으며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버지, 까마귀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창문에 커튼이 가려지자 노인은 쓸쓸히 돌아누우며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돌 지난 아들이 신이 나서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빠 저 새 이름이 뭐예요.“ “응, 그건 까마귀란다.” 잠시 후 아들은 또다시 물었습니다. “아빠! 저 새 이름이 뭐예요” “응, 그 새 이름은 까마귀란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어린 아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질문을 했고 아빠는 그럴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어린 아들이 수십 번, 수백 번 물어도 아버지는 귀찮기 보다는 그런 아들이 정겹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반포보은(反哺報恩)
그러나 다자란 아들은 늙은 아비가 겨우 두세 번 물은 것에 짜증을 내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동영상으로 떠돌던 이 이야기를 접하며 조선말기의 가객 박효관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풀어보면 “누가 까마귀를 검고 흉한 새라고 하였던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 주어 은혜를 갚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도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입니다. 
이 시에 기록된 반포보은(反哺報恩)은 “자애로운 까마귀가 돌이켜 먹인다”는 뜻으로 어미의 먹이를 받아먹던 까마귀가 다 자란 후에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것을 뜻하는 말로 자식이 부모의 은혜를 갚는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반포보은의 유례는 중국 진(晉)의 황제 무제(武帝)가 건위(犍爲) 무양(武陽)의 신하였던 이밀(李密)에게 높은 관직을 내리지만 늙으신 할머니를 봉양한다는 이유로 관직을 사양한 고사(故事)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제는 이밀이 관직 사양하자 자신을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이밀은 자신을 까마귀에 비유하며 “까마귀가 어미 새의 은혜에 보답듯이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만 봉양하게 해주십시오(烏鳥私情, 願乞終養)”라고 응답했습니다.
명(明)나라 말기의 학자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면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흉조로 알려진 까마귀에게 ‘인자한 까마귀’ 자오(慈烏) 또는 반포조(反哺鳥)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어쩌면 치매 걸린 아버지가 바라보던 그 까마귀는 고사에서처럼 자기의 어미에게 물어다줄 먹이를 찾으며 나뭇가지를 옮겨 다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성을 상실한 누군가에게 모욕적인 욕을 할 때 “개만도 못하다”는 말을 하는데 반포보은의 고사를 읽어보니 부모공경에는 때로 새만도 못한 게 인간인가 봅니다.
 
망운지정(望雲之情)
장성한 자녀를 둔 노인들 중에는 “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자식농사를 망친 것 같다”고 후회하는 말도 합니다. 돌아보니 자식을 향한 희생과 사랑이 서툴지 않았나 아쉽기만 하답니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며 가르치고 금이야 옥이야 길렀는데 자식들은 부모를 원망하고 무시합니다. 아량과 너그러움으로 키운 부모도, 훈육과 회초리로 키운 부모도 자식교육에 후회가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녀들을 양육하는데 집중한 부모들이나 일 때문에 자유롭게 자녀를 키운 부모들이나 아쉬운 마음에 자녀의 어린 시절의 과거로 돌이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겸양과 희생을 강요하며 키운 자녀나 기를 세워줘야 한다며 멋대로 풀어준 자녀나 늙은 부모를 대하는 것은 매 한가지입니다. 
누군가 “사랑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인 줄 알았는데 사랑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자식으로 인해 기쁘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자식 때문에 아리고 애잔합니다. 간혹 늦게 철이든 자식이 자식 노릇하려는데 세월이 무상합니다. 
필자가 몇 해 전, 자식들 모두 객지로 떠나보내고 소식을 궁금해 하실 부모님과의 소통을 위해 어머님께 스마트폰을 구입해드렸습니다. 자식들 손자, 며느리들이 즐겨하는 카톡이나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를 이용하시도록 해 안부전화 하나도 익숙치 않는 필자의 무심함을 무마해 보려는 시도였습니다. 마침내 스마트폰을 드린지 이틀만에 어머님이 카카오스토리에 셀카로 찍은 프로필사진과 함께 첫 글쓰기가 올라왔습니다. "나아무것도할줄몰라" 띄어쓰기도 안된 글을 보며 미소가 번지기도 했지만 마음의 한 편에는 짠한 맘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시다니요. 평생을 통해 가정을 일구시고 5남매를 잘 키우신 어머니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셨습니다. 자랑스러운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김현청, 콘텐츠기획자 블루에이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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