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3인, Mnet ‘MAMA’에 출연할까?
11월이 하순으로 접어들 즈음, 방송가에서는 동방신기 3인 멤버가 케이블채널 Mnet이 주최하는 ‘Mnet Asian Music Awards(이하 ‘MAMA’)’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 다녔다. 소송을 시작한 이래 3인 멤버가 독자적으로 행사에 참석하거나 무대에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MAMA 출연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이들의 참석여부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한때 많은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비단 팬뿐 아니라, 언론과 업계에서도 이들이 이 행사에서 어떤 언급이나 행동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소식을 듣고 3인 측의 임상혁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어렵사리 연결이 되었다. 그는 “주최 측에서 그간 많은 요청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멤버들이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임 변호사는 “이미 법원이 ‘동방신기의 독자적 연예활동에 대해 SM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방해를 해선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출연 결정은 본인들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최 측인 Mnet은 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까지도 “다소 유동적”이라며 공식 확인을 꺼려했다. Mnet은 이들의 참석여부를 당일에서야 공식 발표하며 “좋은 취지로 참석하는 만큼 괜한 오해나 다른 시각의 해석은 없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의 행보는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SM은 이 시상식의 후보 선정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소속 가수들의 출연을 보이콧한 상태였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라도 3인 멤버들의 MAMA 출연은 독자적 행보의 시작을 알리는 뚜렷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도 했다.
세 멤버는 개막에 앞서 Mnet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지금까지 해외 활동에 주력하는 동안 기다려준 국내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음악축제를 통해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음악으로 하나 된 아시아를 만드는 ‘MAMA’의 개최 의미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MAMA ‘베스트 아시아 스타상’ 수상 ...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21일 저녁. 행사장에는 일찍부터 몰려든 팬들과 취재진의 열기로 뜨거웠다. 2PM, 2NE1, 카라, 백지영, 김태우, 포미닛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곳곳에는 ‘믿어요’ 피켓을 든 동방신기 팬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날 레드카펫에 3인 멤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후 7시. 화려한 불꽃쇼와 함께 시상식이 막을 올렸다. 동방신기는 이날 15억 아시아인이 선택한 최고의 스타상인 ‘베스트 아시아 스타상’을 수상했다. 곧 세 멤버가 무대에 올랐다.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지 4개월 만에, 그리고 법원으로부터 독자활동을 보장받은 지 한 달 만에 국내 무대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순간이었다.
깔끔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그들의 등장에 체육관은 떠나갈 듯 거대한 함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팬들은 붉은색 형광봉을 흔들며 이들을 환영했다. 신인상 수상자 슈프림팀과 2NE1으로부터 상을 받아든 멤버들은 차분하게 소감을 전했다.
가장 먼저 시아준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우선 이렇게 큰 자리에 참석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쁜데, 좋은 상까지 받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 상은 멤버 한 명의 노력이 아니라, 다섯 모두가 최선을 다했기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뜻 깊습니다. 아시아의 모든 팬들에게 감사합니다.”
믹키유천이 말을 이어갔다.
“오늘처럼 이렇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간절하게 느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가수가 되어 좋은 멤버들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뻗어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보답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저희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운데 서 있던 영웅재중이 입을 열었다.
“아시아의 많은 팬들이 주시는 상이라 더욱 행복합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국내외 많은 팬들과...”
수상소감을 전하던 재중이 잠시 머뭇거렸다.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려왔다. 이내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그가 말했다.
“그리고... 혹시나 이 방송을 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두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이제는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무대에 같이 설 기회가 막연해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젖어있었다. 재중이 소감을 말하는 사이, 유천은 잠시 객석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가에서 촉촉한 무언가가 반짝였다. 이들은 별다른 축하공연 없이 곧바로 무대를 내려갔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현장의 팬들은 1부가 끝나고 광고가 나가는 동안 동방신기 노래를 합창하며 한 마음으로 동방신기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