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준비하기엔 더 없이 좋은 날씨'
분명히 그랬습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바로 그런 날씨 말이죠.
출발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장장 2시간 30분을 가야했지만, 도로는 뻥뻥 뚫려 있었고, 햇빛은 찬란하게 우리의 발길을 비춰주었죠.
빠뜨리고 온 것도 없고, 준비 안된 것도 없는...
"오늘, 내일 보령에서 모든 걸 불태워버리자!" "아우! 아우! 아우! (스파르타!!!)" 기세도 등등하게
차를 몰아갔습니다.
자, 보이시죠?
도착한 직후의 라르고팜 전경입니다. (맨 첫 사진도 그렇습니다.)
저 사진에서 쌓여있는 눈은 지난 주에 왔던 눈이 채 안 녹은 흔적이지요.
하늘은 아주 파랗고, 바람도 별로 없는 최상의 날씨였습니다.
선발대는 잔뜩 들떠서 짐을 나르고, 행사 공간 세팅을 시작했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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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진은 맨 위의 사진을 찍은지 불과 한 시간 후의 모습입니다. 헐!)
갑자기 (정말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블리자드가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진눈깨비도 아닌, 함박눈이 말이지요.
눈 소식을 미리 들은지라 사실 이 때까지만해도 우리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오~ 눈 오네.' '멋지다.' 이랬지요.
그저 지나가는 눈구름이겠거니... 하고 하던 일을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후...
어??? 이게 대체 무슨 일???
보령의 12월, '대설주의보'를 타고 내려오는 눈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던 블룸은
이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휘청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라르고팜은 순식간에 겨울왕국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전 눈밭을 뛰어다니는 올라프의 환영까지도 보았습니다. 레알...)
그리고, '서해안' 밤새 15cm 눈 내린다! 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무시무시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땅콩이나 쏟아졌다면, 그 핑계대고 행사를 되돌리거나 무릎이라도 꿇었을테지만...
저희는 고난과 역경에 더욱 강해지는 종족들이기에
눈과의 한판 승부를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2배속으로 일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떡해요,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인데... ㅠㅠ)
펑펑 (무지막지하게도) 쏟아지는 눈에 아랑곳하지 않고,
텅 빈 비닐하우스 안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현수막을 달고, 무대를 설치하지요.
장식으로 쓸 가랜드도 직접 이어붙입니다.
하나하나 손으로 달아붙이지요.
비닐 하우스 밖에 쌓인 저 눈 때문에 되게 어둡게 보이지요?
오후 3시의 모습입니다.
라르고팜에서 만든 효소와 잼을 미리 가져온 포장용기에 넣고 예쁘게 디자인한 라벨을 붙였습니다.
예쁘죠? 라르고팜이 만들고, 저희가 디자인한 토마토잼 용기입니다.
눈을 헤치고 작업한 엄청난 준비과정들이 있지만,
일을 해야하기에... (게다가 밖에선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이 눈보라가 몰아쳤으니까요!)
일일이 찍지 못함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점심 때부터 시작되었던 행사공간 준비는
기상 악천후 속에 저녁 때가 훌쩍 넘어서야 끝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바깥 현수막 등, 바깥 부분 세팅할 때 엄청 고생을 했지요.)
그래도 목표한 바를 다 끝내고,
숙소로 가려는 식구들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습니다.
그것은 바로...
네...
바퀴가 빠졌습니다.
운전실력이나 차의 성능과는 전혀 상관없이...
눈에 파묻힌 구덩이에 식구들을 태우고 달리던 스타X스 뒷바퀴 두 개가 모두 빠졌습니다.
라르고팜 대표님의 트럭을 동원해보았지만 안되었고...
기어이 렉카를 불러.. 처리를 했지만...
가까스로 저흴 구원해주고 가던 렉카차도 휘청휘청 미끌미끌 간신히 길을 가더이다... ㅠㅠ
20km 떨어진 숙소는 왜 그리 또 먼지...
눈보라와 빙판길을 헤치며 엉금엉금 40분 걸려 도착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지요.
[2편에 계속]
라르고팜 입구에 세워진 볏단뭉치에 만든 눈사람 덩어리들.
역시 뭐든지 하늘이 도와야 하는법 ㅋㅋ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