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매체가 거대 포털사이트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는 요즘 네이버와 뉴스검색 제휴를 놓고 어려운 걸음을 떼고 있다.
급기야 민중의소리는 자사 인터넷 회원을 비롯한 네티즌들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사태의 전말을 알렸다. 장문의 편지였다. 김동현 편집부장 명의로 보낸 메일의 전문을 옮긴다.
안녕하세요? 민중의소리 김동현 편집부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대로 최근 민중의소리 뉴스를 네이버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와 민중의소리간의 뉴스검색 제휴를 네이버에서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민중의소리는 올해 창간 11주년을 맞았습니다. 노동자, 농민, 민중들의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맨주먹으로 시작한지 벌써 11년이 흘렀습니다.민중들 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못내 아쉬웠던 것은 그 소식을 널리 알리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중의소리 기사를 한국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민중의소리가 네이버와 뉴스검색 제휴를 맺은 것은 지난 2009년 11월 부터입니다. 창간 후 10년 동안 민중의소리는 시쳇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살아왔습니다. ‘네이버 검색 진입’은 저희에게 눈물 나게 감격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네이버 제휴’는 인터넷언론에게는 ‘사활적’인 문제입니다. 한국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콘텐츠는 사실상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와 함께 ‘네이버 제휴’는 인터넷언론의 재정에 결정적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네이버와의 관계가 끝나는 순간 사실상 트래픽은 광고에 의미 없는 숫자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검색 진입은 민중의소리에 ‘단비’같은 것이었습니다. 네이버 검색에 들어가고 나서 민중의소리는 빚도 좀 갚았고, 부족하나마 후배들에게 활동비도 쥐어주게 됐습니다.
네이버에서 ‘쫓겨난(!)’ 이유는 ‘동일기사’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습니다. 네이버 실무자와 여러 차례 ‘동일기사’ 여부를 놓고 이메일로 의견을 나눴습니다. 네이버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동일기사 금지’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저희는 나름대로 ‘다르고 다양한’ 기사를 쓰려고 했는데 그게 네이버가 볼 때는 ‘동일기사’였더군요.
네이버가 최근에 공개한 ‘문제작’들은 2월과 4월 것인데요. 그 당시에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엔 저희 기자들도 네이버와 불필요한 마찰이 있는 기사를 피해왔습니다. 완전히 ‘다른’ 기사를 생산하려고 노력하지요.
기사제휴가 중단된 이후에 인터넷 상에서도 논란이 있더군요. 이건 동일기사다 아니다. 심하다 그렇지 않다. 그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 민중의소리와 네이버 사이에 벌어진 논란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었습니다. 네이버가 ‘동일기사’로 보는 기준이 뭘까...
하도 답답해서 네이버 담당자에게 ‘만나서 얘기 해보자’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공문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은 ‘주의해 달라’는 것뿐이었습니다.
네이버에서 ‘최후통첩’이 왔습니다. 6월 15일부터 시정하지 않으면 제휴를 중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론을 하고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서로 그 기준에 맞춰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달라’ ‘외부기관에 문제의 판단을 맡기자’ 등의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최후통첩’을 보내는 문서에서도 저희의 제안에 대한 대답도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민중의소리 광고 담당자이기도 합니다. 요즘에 전화에 불이 났지요. ‘참으세요.네이버를 이길 수는 없어요. 돈도 못 벌고 손해만 봅니다.’ 광고회사 분들의 말입니다. 저도 공감했습니다. ‘인터넷 업계 누구라도 네이버에 말 한 마디 못하고 숨죽이죠. 저희도 고민 많았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대화하고 토론하자고, 우리의 의견도 들어달라고 주장하는 게 ‘생존’을 걸어야 하는 것인지. 이 문제가 과연 민중의소리 수입 대다수를 걸어야 하는 것인지. 네이버의 ‘일방적인’ 통보가 마음에 걸리고 옳지 않다고 생각해도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
문득 SSM에 맞서 싸우는 상인들이 떠올랐습니다. 민중의소리는 그 싸움을 많이 취재했습니다. 때로는 저희만 취재하고 있어서 상인 분들이 저희 기자를 기억해주고 고맙다고 할 때도 많습니다.
‘피자’ 판매로 화제를 모은 대형마트 부회장은 ‘피자 파는 게 무슨 문제냐’라고 합니다. 그렇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 맞습니다. 다만,상인들의 처지를 들어보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요. 민중의소리는 ‘영세 상인들의 처지와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주장하며 싸우는 상인들을 민중의소리는 응원합니다.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우리의 주장도 들어달라. 그래서 상생의 길을 찾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 양심에 맞습니다. 네이버가 아무리 큰 기업이어도 말 한 번 나눠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네이버는 거대 기업이니까 ‘소나기는 피해가자’고 치부해버리는 순간. 저는 후배들에게 ‘영세상인 편에 선 SSM 취재’를 시킬 수 없습니다.
제휴 종료 이후 네이버는 ‘이례적(!)’으로 민중의소리와의 제휴 종료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는 없다고 합니다. 저도 믿고 싶습니다. 어제는 검찰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현직 대법관의 가족이 연루된 특종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대법관의 동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시절 유세단장이었던 사람입니다. 아쉽게도 이 기사는 네이버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과거에 썼던 기사들도 없습니다.네이버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했지만, 정치적 ‘효과’는 꽤 큽니다.
네이버에서 ‘쫓겨난’ 지금도 저희는 ‘대화하고 토론해보자’고 말합니다. ‘밥 그릇’ 뒤로 하고 나선 마당에 네이버가 참여하는 토론회는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분들이 이 이메일을 보신다면, 들어주세요. 토론회 같이 열어 봅시다. ‘동일기사’외에 다른 이유는 없으니, 토론해서 기준을 세우면 저희도 좋고 인터넷 언론들도 좋고 네이버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