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을 사랑한다 말하고 싶은 날에
카멜리아 힐
글 조영상 / 사진 김보경, 조영상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카멜리아 힐에 발을 디디자마자 김유정의 <동백꽃> 한 구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이토록 카멜리아 힐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선 닿는 모든 곳에 동백꽃이 있고 향기가 가득하다. 동백꽃이 필 무렵인 요즘뿐만 아니라 1년 365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 해서 조금 기대를 했는데, 기대보다 더 괜찮은 곳이다. 카메라를 들고 아찔한 정신을 붙잡으며 꽃길을 따라 이리저리 취해 다니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
카멜리아 힐은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이다. 서로 다른 500여 품종의 동백나무 6,000그루가 제주도 자생식물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곳이다. 워낙 넓은데다가 구석구석 세심하게 꾸며놓아서 걷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촌스럽지 않게 만들어놓은 포토존도 카멜리아 힐의 매력이다. 장담컨대, 사진 못 찍는 친구가 동행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선 그 친구의 손을 빌어 완벽한 인생 사진 한 장 정도는 건져갈 수 있을 테니.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오는 편이 좋겠다. 혼자 다녀도 좋을 곳이지만, 사진 좀 찍어달라는 커플들의 부탁을 열 번 정도는 받게 되니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또, 들른다면 꼭 전체를 모두 돌아볼 것을 권유한다. 비밀의 정원처럼 동백꽃 나무 사이사이 재미있는 오브제들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