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B급>편
"이게 뭐야?"
한눈에 봐서는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는, 어쩌면 형편없는(?) 인물 그림에 작가는 그냥 이름을 이마에 큼직하게 박아버린다. 누구나 알아보게, 정확하고, 정교하게, 또 잘 그려야 인정받던 시절이 지나 어이없지만 실소를 띄우게 만드는 단순하고도 새로운 발상이 사랑받는 시대다.
우리에겐 좀 더 자극적인 것이, 좀 더 말도 안 되는 것이, 좀 더 발칙한 것이 필요하다.
예의 없고, 저렴한 생각이라 치부되어 일부의 사람들만 은밀하게 향유되던 것들이 'B급' 혹은 '병맛'이란 이름으로 유쾌하게 어깨를 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유행어로 급부상해온 '병맛'은,
어설프고 직설적인 낙서와 그림체, 비상식적인 스토리텔링이 그 특징이다.
뭐든지 '꼼꼼하고, 제대로, 깊이 있게, 진지하게' 임하기를 강요받아온 현 세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게 없는 상황에 반감을 품은 세대다.
그런 그들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가볍게 즐기고 넘겨버릴 수 있는 콘텐츠는 겉치레 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처럼 다가온 게 아닐까.
호탕하게 웃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해내는 일이 꽤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지금,
병맛 콘텐츠는 그렇게 그들 인생의 해학적 요소를 도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