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지비 키워드/햄릿증후군 편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SGV_THUMB.jpg

<햄릿증후군>편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대답을 기다리는 카페 직원의 표정엔 어서 서둘러 주문을 하라는 맹목적인 닦달이 담겨있다. 
내 뒤론 한 시가 급해 보이는 서너 명의 사람이 줄지어 서있고, 
그들은 스마트폰에 한 번 그리고 나의 뒷모습에 한 번, 번갈아 보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아, 뭐 하는 거야..' 누군가의 혼잣말이 내겐 경보음만큼이나 선명하게 들려온다.  
이렇게 앞뒤 할 것 없이 오는 찌릿한 눈치가 날 조급하게 하지만, 
사실 난 아직 메뉴판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 하였는걸....


우리는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자기 전까지 수많은 선택에 놓이고, 신속하게 골라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세상에 좋고, 예쁘고, 맛있고, 멋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나름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매번 무언가를 선택하는데 시간을 꽤 들이는 내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는 주변에서 스스로를 선택 장애 혹은 결정 장애 칭하는 사람들도 심심잖게 볼 수 있다. 
처음엔 '장애'라는 단어가 포함된 게 꺼림칙해 입에 올리는 걸 삼가 왔는데, 
이젠 그 단어가 너무 익숙하게 들려 마치 원래부터 있어 온 고유명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햄릿 증후군' 소위 말하는 선택 장애, 결정 장애와 같은 맥락의 용어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이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착안된 신조어다. 
햄릿 증후군을 앓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은 자신이 선택의 부담을 안게 되는 걸 불편해한다. 
이는 선택을 유예하거나 타인에게 결정권을 토스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현상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의 기업들은 소비자의 번거로움과 고민의 시간을 대신 감내하는 대가로 큰 수익을 얻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를 한 데 모아 보여주는 '직방', '쿠차', '배달의 민족', '여기 어때'와 같은 어플의 약진이
이 사실을 방증한다. 
내 취향과 기분을 감별해 그에 알맞은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어플 'mood listener'와 '왓챠' 역시 그 예이다.
지하철에선 '꿀팁'만을 모아 보여주는 콘텐츠 어플 '피키 캐스트' 혹은 'vingle'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도 이 세상은 좀 더 편리해지고 있고, 좀 더 좋은 것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 발전의 달콤함을 즐기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권리이다.
하지만, 덕분에 벌게 된 값진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보내야 할지 한 번쯤 침착하게 생각해보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신(新) 과제가 아닐까. 
선택 없는 인생은 애초에 가능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

Title
  1. 시지비 키워드/스몸비족 편

    당신도 요즘 땅만 보며 걷진 않나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앞을 보며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땅을 보며 걷는다. 심지어 계단을 내려갈때도 횡단보도를 건널때 마저도. 이것 참 큰일이다. 스마트폰에 푹 빠져 좀비처럼 땅만 보며 길을 걷...
    Date2016.10.17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2. 시지비 키워드/미디어 파사드 편

    최근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몇몇 백화점이나 한정된 건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미디어 파사드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게 최근 몇년간의 일이다. 미디어 파사드란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
    Date2016.09.26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3. 시지비 키워드/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편

    “시간 촉박해서...심정지 택시기사 방치한 채 떠난 승객” 이라는 한 기사의 제목을 보았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는 게 기사를 읽고서 든 첫 생각이었다. 급성 심장...
    Date2016.09.19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4. 시지비 키워드/주차 테러 방지법 발의 편

    문 '콕' 해놓고 홀연히 사라진 그대가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세상엔 여러 종류의 악질 테러리스트가 있겠으나, 그중 가장 얄미운 테러리스트는 주차 테러리스트가 아닐까. 문 '콕' 해놓고선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괘씸한 주차 테러리스트를 방...
    Date2016.09.02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5. 시지비 키워드/츄잉 푸드 편

    츄잉푸드? 씹는 음식? 직장인 사이에 새로운 간식 열풍이 불고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결과 업무 중 간식을 즐기는 직장인은 열 명 중 여덟 명꼴로 그 중에서도 씹어먹는 간식인 '츄잉 푸드'를 선호한다고 한다. 왜 씹어 먹는 간...
    Date2016.08.26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6. 시지비 키워드/에스프레소 북머신 편

    '출판업계 대호황''이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무래도 우리에겐 '출판업계 불황', '점점 줄어드는 종이책' 뭐 이런 식의 기사 제목이 훨씬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출판 업계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어렵지 않았던 적...
    Date2016.08.19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7. 시지비 키워드/사물인터넷(IoT) 편

    <사물인터넷 IoT> 편 비가 예보된 날 아침 매번 우산 챙기는 걸 깜박한다거나 툭하면 지하철에 물건을 두고 내린다거나.. 당신은 뭐든 잘 까먹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꽤나 반가운 소식이 있다. 어릴 적에 가장 귀찮다고 여겼던 일 중 하나가 어디론...
    Date2016.05.30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8. 시지비 키워드/저가형 디저트 편

    <저가형 디저트> 편 거리를 걷다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게 카페다.  카페가 얼마나 많은지 카페와 카페 사이를 이동할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나라 디저트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니 각종 디저트 브랜드들 사이의 싸움도 ...
    Date2016.05.17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9. 시지비 키워드/향 편

    <향> 편 향에 집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양초라곤 정전이 일어나면 임시방편으로 쓰던 게 전부였는데, 양초가 캔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할 즈음부터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캔들, 디퓨저, 향수, 바디스프레이, 헤어미스트 등등, 향에 대한 수요가...
    Date2016.04.19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10. 시지비 키워드/빅데이터 편

    <빅데이터> 편 조만간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면 우리 모두 서로 다른 페이지를 보게 될 것이라 한다. 나와 더 이상 상관없는 모 대학의 수강신청, 9월 모의고사 답안지와 같은 이슈는 눈에 띄지 않게 될 것이다. 대신 내가 관심을 두는 주제를 기반으로...
    Date2016.04.12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11. 시지비 키워드/1인 미디어 편

    <1인 미디어> 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올리는 친구의 SNS를 재밌게 보는 것도  관심도 없던 브랜드였지만, 친구가 소개해준 이후로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생각해보면 모두 나와 가까운 지인의 입을 통했기 때문이다.                                      ...
    Date2016.04.05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12. 시지비 키워드/가상현실 편

    <가상현실_VR>편 수십 명이 쳐다보는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저 어려워하는 사람과 심하게 어려워하는 사람으로 나뉠 뿐이다. 발표공포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발표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
    Date2016.03.28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13. 시지비 키워드/병맛&B급 편

    <병맛&B급>편 이말년 작가, 마리텔 캡쳐 "이게 뭐야?" 한눈에 봐서는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는, 어쩌면 형편없는(?) 인물 그림에 작가는 그냥 이름을 이마에 큼직하게 박아버린다. 누구나 알아보게, 정확하고, 정교하게, 또 잘 그려야 인정받던 시절이 ...
    Date2016.03.21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14. 시지비 키워드/햄릿증후군 편

    <햄릿증후군>편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대답을 기다리는 카페 직원의 표정엔 어서 서둘러 주문을 하라는 맹목적인 닦달이 담겨있다.  내 뒤론 한 시가 급해 보이는 서너 명의 사람이 줄지어 서있고,  그들은 스마트폰에 한 번 그리고 나의 뒷모습에 한 번, ...
    Date2016.03.21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15. 시지비 키워드/있어빌리티 편

    <있어빌리티>편   당신은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하트에 색을 채워 넣고, 얼마나 자주 엄지를 들어올렸는가?  SNS 세계에서의 허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런 형태의 허세는 우리가 도토리를 교환하던 시절부터 있어왔다.  다만, 눈물 셀카 형태...
    Date2016.03.21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16. 시지비 키워드/프롤로그

    돈은 없는데 사고는 싶다. 사랑은 하는데 결혼은 싫다.  궁금은 한데 찾아보긴 귀찮다. 줏대 없는 마음에 피곤한 2016년입니다. 시간은 없는데 지식은 필요한 이들에게,  최근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 단어를  알아듣기 쉽게 적어보는 S G V 키 워 드, 연재 시...
    Date2016.03.21 By모음플래닛_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시지비 키워드

|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33길56 | 발행처 : (주)모음플래닛 | DEO & 발행인: 김현청 | 편집장: 민정연
| 사업자번호: 501-86-00069 | 출판등록번호: 제 2015-000078호
| 편집실 전화: 02)585-0135 | 대표전화: 02)585-4444 | 기사제보: brown@moeum.kr | 운영/제휴/광고 문의: red@moeum.kr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