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가 위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지브리 스튜디오 해체설이 나돌았었는데, 스튜디오 창업 멤버인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가 해체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어쩌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우선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동 창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작용했다. 보통 스즈키 토시오라는 제작자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은 '미야자키 하야오 = 스튜디오 지브리'였다. 그런 미야자키 하야오가 돌연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은퇴를 하고 말았다.
그의 정확한 은퇴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최근 미야자키 감독이 일본 자민당의 개헌 논의를 정면 비판했었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정치적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 수록) 작품 간 간격이 길어지고 있다"며 "가장 최신 작품인 '바람이 분다'의 경우 5년 만에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제작기간이 6~7년이 되면 스튜디오 식구들이 먹고 살 수가 없다"고 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만들 것이냐'는 질문엔 "나는 이제 자유의 몸이다. 지금 그런 일로 머리를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작품의 대본이나 자문 역할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즉 두번째 이유인즉슨 모든 스케치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손에서 탄생되어야 하고, 모든 장면장면을 손으로 그리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고집 때문에 제작 기간 면에서 인건비, 제작비 등에 힘든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 몇번씩 은퇴를 언급해왔던 미야자키 감독이 "이번엔 진짜"라며 은퇴 기자회견까지 연 데엔 '나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수천장에 달하는 스케치를 후배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그려오는 것을 고집하다 보니 힘에 부쳤던 것이다.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앞으로 10년은 더 일할 것이라고 전한바 있다. "장편 애니메이션 대신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도쿄 외곽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을 관리해보는 것도 그 중 하나다."라고도 밝혔었다.
이후에 8월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튜디오 지브리는 최근 주주 총회에서 제작 부문 해체를 발표했었다. 스즈키 토시오 대표 이사 프로듀서는 주주 총회에서 “우선 짧은 휴식을 취한다”고 선언했는데, 이에 따라 현재 상영 중인 ‘추억의 마니’(When Marnie Was There) 이후 당분간 지브리 애니메이션 제작이 중단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8월 7일, 스즈키 토시오는 NHK에 출연해 "지브리 스튜디오를 해체하거나 없어진다고 알려졌지만 만드는 방법을 바꿀 것"이라고 해체설을 부인했다. 또 지브리의 간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사하기도 했다. 스즈키 대표는 방송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라면서 "지브리 미술관에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라면 해보고 싶다고 (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어 "단지 무엇을 할 것인가, 아이들이 기뻐할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 어려운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스튜디오 지브리'는 제작 부문을 해체하고 일시 휴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기까지는 역시나 미야자키 감독의 은퇴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소동이 혹시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번 신작인 <추억의 마니>를 홍보하려 한 것이 아느냐는 비난도 있다. <바람이 분다>의 실패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일부로 이런 마케팅을 한다.. 약간은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다.
이번 스즈키의 발표대로라면 스튜디오 지브리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작의 성공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이전 작품들의 인기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올 9월에도 한국에서는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이 열릴 만큼 인기는 여전하다.
또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식 캐릭터 숍 '도토리숲'이 도쿄의 스카이드리점, 홍콩에 이어 국내에서 3호점(잠실 롯데월드몰의 개장과 함께 오픈)이 오픈할 예정이며, 2015년 초에는 대만에서 6호점 오픈 예정, 뒤이어 프랑스 파리와 미국에서의 개장도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새로운 작품이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같이 금새 망한다거나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활성화된 캐릭터산업 덕분일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언제든지 우리의 곁을 찾아오는 것이 바로 캐릭터 산업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것이 컴퓨터로 이루어 지는 시대에 있어서 컴퓨터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적인 '손그림'을 고집하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계속 굳건했으면 좋겠다. 아날로그 감성을 잊어버리게 되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지브리만의 생각, 개성을 인간의 손으로 그린 그림 한 장 한 장의 정성이 베인 이야기를 통해 내 다음 세대에게도 계속 전달해주었으면 한다.
[참고 자료]
- 노컷뉴스, 지브리 해체 아니다…"미야자키 하야오, 복귀 시사"
- 머니투데이뉴스, 日 미야자키 하야오, "내가 은퇴하는 이유는…"
- 인터파크 티켓
- 애니랜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