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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의 권선징악, 녹핀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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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도 바람맞이 언덕 위에서


 


어느 추운 겨울 날, 가난한 나무꾼이 나무를 지고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옷은 여기저기 헤져 그의 살림살이를 짐작하게 했다. 그 때 나무꾼은 저 멀리 언덕 위에 서 있는 한 영감을 발견했다.


 


아니, 영감님. 이 추운 날 여기서 뭐하시는 게요. 어서 따뜻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오.”


나는 바람 부는 곳 밖에는 서 있지 못하는 사람이오.”


 


나무꾼은 수차례 말했으나 영감은 말을 듣지 않았다. 나무꾼은 결국 자리를 떠났다.


장에 나무를 팔았더니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받았다. 기분 좋게 장국밥을 한 그릇 먹는데, 아까 지나쳤던 영감이 생각났다. 나무꾼은 장국밥을 한 그릇 싸서 다시 영감을 찾아 갔다.


 


시장하실 텐데 한 술 떠보시오.”


에잉. 그냥 저쪽 멀리 어디 놔두시게나.”


 


영감은 별로 탐탁치 않아하며 말했다. 나무꾼은 멀찌감치 장국밥을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무꾼은 참으로 이상한 영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나무꾼이 자려고 누웠는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밖을 보니 낮에 만났던 그 영감이었다. 나무꾼은 놀라 물었다.


 


아니 이 밤중에 우리 집은 어찌 찾아 오셨습니까.”


나는 귀신이오. 당신 운이 사납기는 하지만 당신 마음이 갸륵해서 액땜해 드리리다. 내일 건너 마을 잔치집을 찾아가 보시오.”


 


그 영감은 한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나무꾼이 심히 괴상하게 여겼다.


다음 날 나무꾼이 속는 셈치고 건너 마을에 가보니, 진짜 잔치가 열린 양반집이 하나 있었다. 잔치집에 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주인양반을 뵙게 해달라 말했다. 나무꾼은 속으로 문전박대나 당해겠지 싶었지만, 웬 걸, 그를 극진히 모셔 양반 앞으로 데려갔다.


 


자네가 녹핀영감이 보낸 나무꾼인가?”


녹핀영감인 줄은 모르겠으나, 이름 모를 영감이 찾아와 이 집을 찾아가 보라고 하였습니다.”


 


사연인 즉 이랬다. 늦은 밤 인기척에 눈을 뜬 양반은 깜짝 놀랐다. 방 안에 낯선 영감이 하나 서 있는 것 아닌가.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러 했으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내일 나무꾼 하나가 찾아올 터인데 그를 후하게 대접하면 액운을 면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집안에 액운이 가득할 것이니 내 말 명심하게.”


 


그러더니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양반은 이게 무슨 조환가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나무꾼 하나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양반은 어찌할까 고민하다 머슴살이를 조건으로 논 한섬지기를 주기로 했다. 심성 착한 나무꾼은 성실하게 일해 남들 곱절이나 되는 수확을 하며 차츰 부자가 되어 갔다.


 


몇 년 후, 이 소식을 들은 건너 마을 부자 하나가 나무꾼을 찾아와 부자가 된 비결을 물었다. 이래저래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그 부자는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서 바람맞이 언덕으로 녹핀영감을 찾아 갔다.


녹핀영감은 부자가 가져온 상을 보고 그대로 두게딱 한 마디만을 던졌다. 그래도 부자는 신이 나 상을 놓고 얼른 집으로 왔다. 그날 밤 부자가 기대한 대로 녹핀영감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부족한 거 없이 잘 살았으나 또 욕심을 내니 앞으로 네 복을 내가 빼앗아 가도록하겠다.”


, 아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이오! 내 욕심이 더 큰 화만 불러 왔구나!”


      


그 후 욕심 많던 부자의 집안은 차츰 쇠락했고, 일가 모두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2 돌하르방의 권선징악, 녹핀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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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핀영감은 제주도 방방곡곡에 서 있는 돌하르방과 유사하게 생겼다고 한다. 돌하르방이란 돌할아버지라는 말로 제주도의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던 말이었으나 이제 일반적인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돌하르방은 본래 성문 밖의 수호신 역할을 하던 석상이라고 한다. 위의 이야기에서 녹핀영감은 수호의 역할보다는 권선징악의 주체로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돌하르방이 제주 무속신앙에서 길흉화복을 담당하던 하나의 신격을 상징하는 석상이었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좀 더 상상을 해보자면, ‘바람 많이 부는 곳에 서 있어야만 한다는 말은 제주를 상징할 수도 있겠으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우리 속담에서 쓰이는 바람의 의미처럼 인간의 대소사를 가리키는 은유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제주 무속신앙 속 길흉화복을 담당하던 신격이 질병, 나쁜 기운 등을 막는 수호신으로서 성격이 확대된 것이 아닐까 싶다.


 


제주의 녹핀영감 이야기는 흥부 놀부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부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음과 동시에 배가 아파 망하길 바라는 부러움의 대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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